한문학 속의 속초 - 3

관리자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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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8월 28일, 백담사에서 놀며

  산봉우리 높이 나솟고 못 깊은데 高明峰出百淵深

  하루종일 가고 또 가 별경을 찾았네 盡日行行別境尋

  여만사 앞엔 흐르는 물 맑고 如滿社前流水淨

  혜후루 위엔 푸른 놀 떠 있구나 惠休樓上碧霞陰

  티끌은 큰 겁 지났으니 쇠잔한 꿈 기대고 塵經浩劫憑殘夢

  말은 청진에 이르니 본심 깨닫네 語到淸眞覺本心

  떨기 잣나무 찬 꽃 감상 제공해 주는데 叢栢寒花堪供賞

  이 마음 어찌 깊게 읊조림 아끼겠는가 此懷那惜費長唫


32. 8월 19일, 오세암(五歲庵)을 방문하여

  흰 구름 깊은 곳에 신선 암자 있으니 白雲深處有仙庵

  산악의 형세 험하나 멀리 남쪽이 트였네 岳勢層崚遠坼南

  권역안에 진형이 걸렀으니 그 오세암이고 圈掛眞形其歲五

  경쇠에 유적이 달렸으니 이는 삼연이라네 磬懸遺蹟是淵三

  가을 빛 어여쁘니 서리 나무에 침노했고 堪憐秋色霜侵樹

  하늘 빛 얻으니 물은 못에 가득하네 許得天光水滿澤

  고상한 선승의 정성스런 뜻 많음 감사 하는데 爲謝高禪多款意

  나에게 구술 열매주니 맛이 담박하고 달구나 饋吾珠實味淸甘


33. 8월 그믐날, 봉정암(鳳頂庵)에 올라서

  하늘이 명승지 보호하려고 우리나라에 주었으니 天護名區擅我東

  나무 잡고 돌 밟으며 같이 왔다네 攀枝躋石偶來同

  산봉우리는 세 철의 비에도 끊이지 않았고 峰頭不斷三時雨

  처마에는 만리의 바람이 길게 불어오네 簷角長噓萬里風

  옛날의 자선은 바다에 떠 멀리갔고 昔日慈船浮海遠

  어느 사람이 지팡이 짚고 구름 뚫고 오는가 何人飛錫穿雲立

  한가한 스님 앉아서 청산의 역사 설명하는데 閑僧坐說靑山史

  탑 세운지 천년이라 불공 힘입었다네 建塔千年賴佛功


34. 9월 1일, 봉정암에 머물다

  산정기 영특하고 눈 빛 맑은데 岳精英特雪光晴

  비로소 신령스런 구역 깨달으니 첫째가는 이름이네 始覺靈區第一名

  상서로운 봉황 천년동안 붉은 이마 세우고 瑞鳳千年丹頂立

  상서로운 기린 백리에 푸른 발굽으로 가네 祥麟百里碧蹄行

  여기에서 가장 기쁜 건 신선 인연 중함이요 此間最喜仙緣重

  속세 밖이라 무관함은 들의 횡설수설이라네 世外無關野說橫

  칠푼 정도도 모양 그리기 어려운데 惟有七分難狀畵

  숲에 가득한 가을빛은 비단무늬 이구나 滿林秋色錦紋明


35. 마등(馬嶝)의 적설(積雪)

  쌓인 눈 빛 하늘과 가지런하여 감히 오를 수 없으니 雪色齊天不敢登

  가로지른 바위 골짜기 막았으니 몇 천 층이나 되는가 架巖堙谷幾千層

  옥가루 뿜어대니 돌개바람 지나가고 噴飛玉屑回風過

  은 병풍 둘렀으니 묵은 안개 엉켰네 繞作銀屛宿霧凝

  짧은 노 저어 누가 일어서는 손님 태우는가 短棹有誰乘興客

  높은 누각에 그대 의지해 봉우리의 스님 대하네 高樓倚彼對峰僧

  만일 손으로 만저 진경을 모사하려 한다면 如令摩詰模眞景

  그림 그리는 정신은 능한 바에 맡긴다네 繪素精神任所能


36. 권금성(權金城)의 단풍(丹楓)

  산악이 단풍나무가 아니라 나무가 단풍나무인데 岳是非楓樹是楓

  사면으로 둘러 애워싸니 석성이 붉게 물들었네 周圍四面石城紅

  수레 멈추는 이 가끔 있으니 숲속 뚫는 손님이요 停車時有穿林客

  시구지어 누가 부르는가 단풍잎 따는 아이라네 題句誰呼採葉童

  본 빛깔 옮겨옴은 연나라 물 위이고 本色移來燕水上

  맑은 화장 나눠 얻음은 한나라 계단 동쪽이라네 淡粧分得漢階東

  우뚝 솟아 변치 않음은 서리를 능멸이 여길 태도인데 亭亭不變凌霜態

  복숭아와 오얏의 봄 빛이 어찌 같이할 수 있으랴 桃李春光豈與同


37. 토왕성(土旺城)의 폭포

  멀리 폭포 바라보니 푸른 성에 걸렸는데 遙看瀑流掛碧城

  고을 하늘은 고요하고 붉은 연기나네 洞天寥落紫烟生

  망치질 않는데 옥 부서지니 일천 가루 생기고 非椎玉碎千分屑

  비 오지 않는데 우레 소리 백리에 소리나네 不雨雷鳴百里聲

  바위 곁에 산비둘기 깃드니 마음에 번뇌 생기고 巖邊棲鶻心應惱

  못 속에 용 잠겨 있으니 꿈도 놀래네 潭裏潛龍夢亦驚

  밤낮으로 길게 달려 바다에 이르니 晝夜長奔能至海

  유연한 튀어 흩어지는 물방울 정이 든다네 悠然濺沫匪無情


38. 학정풍(鶴亭)의 송풍(松風)

  사랑스러운 건 솔 단의 5월 바람인데 可愛松壇五月風

  아양의 거문고 곡조 마음에 들어 통하네 峨洋琴操入心通

  같이 소리에 반드시 응하니 봉황이 춤추며 오고 同聲必應來儀鳳

  날개 들고 장차 기약함은 기러기 쫓음 만남이라네 擧翼將期遇順鴻

  소쇄한 정신은 시화 속에 더하고 蕭灑精添詩畵裏

  청허한 기운은 물과 산 가운데 있다네 淸虛氣在水山中

  북쪽 창에 취해 누으니 복희 늙은인데 北窓醉臥羲皇老

  어찌 나의 즐거움이 다함이 없는 것과 같은가 何似吾人樂不窮


39. 달마(達摩)의 기암(奇巖)

  기묘하고 우뚝 솟은 바위 있으니 奇奇矗矗有斯巖

  한 맥의 산 뿌리 이어지길 다하지 않다네 一脈山根續不咸

  형체는 장군의 머리에 투구와 철갑옷 입고 있고 形是將軍頭鐵冑

  모양은 노불의 입에 쇠를 물고 있는 것 같다네 樣同老佛口金緘

  만일 화공이 모사함에 채색 먹으로 그리게 한다면 若使畵模揮彩墨

  누가 밭갈고 우물 팜에 예리하고 긴 모습으로 할 수 있겠는가 誰能耕鑿利長鑱

  명사가 이곳을 지나다 일찍이 말을 남기는데 名師過此曾遺語

  처음으로 신령스런 구역을 봄에 세속과 다르네 初見靈區異俗凡


40. 벽옥담(碧玉潭)의 물

  벽옥담이 옥 갈고 물은 평평히 흐르는데 碧潭磨玉水平流

  쌍 폭포인 구룡이 머리 위에 있다네 雙瀑九龍在上頭

  물결 형세에 놀라지 않은 채 낚시 드리우고 波勢不驚任降釣

  돌 뿌리는 장애가 안 되니 배를 용납할만 하네 石根無礙可容舟

  산 늙은이는 풀 깔고 시 읊조리며 앉았고 山翁藉草吟風坐

  들 객은 꽃 술 들며 한가한 날 노네 野客斟花暇日遊

  즐거움 마음에 얻어 마음 절로 붙어지니 樂得於心心自寓

  하찮은 몸 이 밖에 다시 무엇을 구하겠는가 微軀此外更何求


41. 대포(大浦)의 기적(汽笛)

  기운은 만 리를 배로 갈 수 있는데 汽氣能行萬里船

  호랑이 짖고 용이 우는 소리 서로 이어지네 虎嘷龍吼響相連

  천균 무개의 닻 쇠는 깊이 바닥에 드리우고 千勻碇鐵深垂地

  하나의 드리운 연기는 멀리 하늘에 뻗쳤네 一朶煤煙遠亘天

  역력4)한 산하는 마음에 기억하고 歷歷山河心上記

  초초5)한 인사는 곡조 가운데 전한다네 招招人士曲中傳

  들으니 혹 기회를 이용함이 늦을까 두려운데 聞來或恐乘時晩

  지팡이 짚고 창황이 앞으로 다투어 나가네 筇屐蒼黃競赴前

4) 역력(�歷) : 뚜렷한 모양을 말함.
5) 초초(招招) : 손을 들어 부르는 모양을 말함.


42. 신흥사에서 놀다. 4월 15일

  문득 봄 다간 뒤 산에 들어갔단 말 들으니 忽聞春盡入山來

  꽃다운 풀 우거진 곳에 한 지름길 열려있다 하네 芳草深深一逕開

  십리의 저문 종소리 조굴에 드리고 十里暮鐘聲祖窟

  천추의 밝은 달 선대에 비치네 千秋明月影仙臺

  고기 보는 나는 귀찮은 세상일 잊고 앉아있으려 라고 觀魚我欲忘機坐

  나비를 쫓는 사람은 응당 손뼉치며 돌아오네 隨蝶人應拍手回

  참된 인연 얻어 뽕나무 아래 집에서 자는데 剩得眞緣桑下宿

  남은 정이 더욱 친절하여 다시 술 마시네 餘情娓娓復含盃


43. 비선대(飛仙臺)에서 놀다. 5월 4일

  스스로 명산 사랑하고 또 봄 사랑하는데 自愛名山復愛春

  봄 빛은 나에게 두 눈동자를 허락했다네 春光許我兩眸新

  붓 꽃은 향기 풍겨 시객을 맞이하고 筆花香動迎詩客

  병 새는 소리 전해 취한 사람 권하네 壺鳥聲傳勸醉人

  두 계단의 은색 폭포는 다투어 눈 뿜어내고 雙堦銀瀑爭噴雪

  한번 엿보니 금강산은 티끌 받아들이지 않았네 一竅金剛不受塵

  축하해 주는 스님 정성스런 뜻 많으니 爲賀居僧多款意

  돌아오는 길에 지팡이 짚고 푸른 시냇가에 우뚝섰네 歸筇竚立碧溪濱


44. 학무정의 봄 흥취. 3월 21일

  거울 같은 맑은 봄 빛 마음으로 들어오니 鏡裏春光入意城

  고요히 사물의 이치 봄에 절로 나고 나는구나 靜觀物理自生生

  복숭아 꽃 흐르는 물 따뜻하니 고기 뛰어놀고 桃花水暖游魚躍

  꽃다운 풀에 연기 자욱하니 송아지 우는구나 芳草烟深乳犢鳴

  고아한 거문고 뜯을 때 사랑스런 곡조 많고 琴古彈時多愛調

  애써 마련한 술자리에서 술 사양치 말아라 酒艱酌處莫辭觥

  돌아가는 길에서 어찌 붉은 촛불 잡고 가겠는가 歸程何必持紅燭

  밝은 달 뜬 것이 더 다정하다네 明月將來儘有情


45. 영랑호에서 놀며 3월 일

  영랑이 있고 호수도 있으니 有是永郞有是湖

  훌륭한 경치 지도에 실림 마땅하구나! 宜將勝槩載輿圖

  푸른파도의 마음 고요하니 능형(菱形)의 거울 열려고 綠波心靜開菱鏡

  흰 달 빛나니 구슬 병에 비취네 晧月光生暎玉壺

  나그네 시 지어 화답할 수 있고 能令遊子詩相和

  언제나 좋은 시절에 찾아와 술 마시며 즐기네 每到良辰酒以娛

  바위 아래 차 끓이는 연기에 맑음이 다하려 하는데 巖下茶煙淸欲歇

  유연히 앉아서 뱃노래 소리 듣는다네 悠然坐聽櫂歌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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