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학 속의 속초 - 2

관리자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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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의 작품들은 『매곡유고』에 수록된 작품들이다.



19. 학무정(鶴舞亭)

  둥근 돌멩이에 절로 정자 서 있는데 團團石塊自我亭

  학이 옆으로 날아와 한 물가에 앉네 有鶴橫來水一汀

  벽은 추풍에 서 있으니 성긴 그림자 붉고 壁立秋風疎影赤

  밭은 밤 달 맞으니 옛 흔적 푸르네 田影夜月舊痕靑

  나는 신선 소식은 결국 기억하기 어렵고 飛仙消息終難記

  옥 같은 학의 맑은 소리 어렴풋이 들리는 듯 하네 戞玉淸音怳似聽

  내가 티끌 묻은 옷깃 헤치고 소나무 아래 앉으니 披我塵衿松下坐

  이 마음 갑자기 깨우쳐 남은 술기운 확 깨네 此心頓覺醉餘醒


20. 신흥사에서 놀다

  1)

  천 년의 범우 난간에 붉게 칠했으니 千年梵宇畵欄紅

  가벼운 신발로 쌍쌍이 동으로부터 오네 輕屐雙雙儘自東

  관리와 백성 같이 즐김 오늘날 알겠고 官民同樂知今日

  유교와 불교 통하여 행하니 또한 고풍이라네 儒佛通行亦古風

  바위에 꽃 도리어 웃으니 봄 믿음이 없고 巖花還笑春無信

  언덕에 풀 한갓 기대고 있으니 비의 공이 있다네 岸草徒憑雨有功

  태현경의 참된 뜻 알려고 하니 欲識玄經眞個意

  능소를 보니 이치가 온전히 비어있네 折看能所理全空

  2)

  달 서쪽 봉우리에 떠 그림자 작은데 月在西峯影隱微

  술 잔 대하지만 봄 옷 전당잡힐 필요 없다네 對樽不必典春衣

  용은 옛 바리때에 숨으니 구름이 젖었고 龍藏古鉢曇雲濕

  학은 어느 산으로 갔기에 석장1)이 날으는가 鶴去何山錫杖飛

  천성을 쫓아 시를 말하니 세속의 태도 아니고 率性言詩非俗態

  마음 고요히 하여 사물 관찰하니 모두 참된 기미있네 靜心觀物摠眞機

  태수가 소요함은 오늘 저녁 인데 逍遙五馬維今夕

  사랑스런 명승지로 보기 드문 곳이라네 爲愛名區見所稀


1) 석장(錫杖) : 중 또는 도사가 짚은 지팡이. 위에 여러 개의 쇠고리를 달아 소리가
나게 되었음.

21. 계조암(繼祖菴)

  한가한 스님한테 듣고 이 땅에 머물렀으니 聞道閑僧此地捿

  다니다 찾은 한 지름길, 그 지름길 가지런하지 않구나 行尋一逕逕難齊

  고을 깊으니 남은 꽃받침 봄 지났는데도 있고 洞深餘萼經春在

  산 고요하니 기이한 새 하루 종일 울어대네 山靜奇禽終日啼

  늙은 회나무 맑은 그늘지니 사람들 마주앉아 술 들고 老檜淸陰人對酌

  높은 대는 두어 길이라 돌사다리 이루었네 高臺數仞石成梯

  궁벽한 곳에 아름다운 경치 없다 말하지 말라 莫言僻處無佳景

  이로부터 관동이 관서만 못하지 않다네 自是關東不下西


  22. 비선대(飛仙臺)

  신선이 눕고 신선이 나는 대 있으니 仙臥仙飛只有臺

  고을 하늘 고요하고 일 만 구름 떠 있구나 洞天寥廓萬雲開

  절벽에 우는 샘 걸렸으니 흰 눈 뿜어내고 壁掛鳴泉噴白雪

  지름길엔 묵은 비 인연되니 푸른 이끼 미끄럽네 蹊緣宿雨滑蒼苔

  바둑 두었으니 쇠잔한 바둑판 남아있고 落來棊橘餘殘局

  바다와 뽕나무 다 꺾었으니 몇 겁회2)나 되었는가 閱盡滄桑幾劫灰

  풍류 끝나지 않았으니 어느 때 또 할까 風流未了何時又

  강성 5월 매화 핀 때 기다려 모이려네 留待江城五月梅

2) 겁회(劫灰) :< 佛敎> 劫火의 재.세계가 파멸 될 때에 일어난다는 큰 불의 재.


23. 상복동 화회(花會)

  시 짓고 노는 데 곳곳마다 있으나 나는 지금 처음인데 詩遊在在我今初

  이 즐거움의 인연은 학업이 남음이 있다네 此樂徒緣業有餘

  천리의 큰 길이라 마음은 천리마에 나가고 千里垣程心赴驥

  십년의 공부 바다에 빠지니 꼬리가 고기처럼 도네 十年學海尾回魚

  아름다운 자리 단란하니 새로 돋은 풀 빽빽하고 嘉席團欒新草密

  맑은 그늘 천천히 춤추니 옛 솔 성기네 淸陰宛轉古松疎

  가령 밝은 경치를 묘사하려 한다면 如令模得昭然景

  늙은 돌 납작한 머리에다 특히 크게 써야 한다네 老石扁頭特大書


24. 신흥도중(神興途中) 4월12일 여러 손님과 함께 동행하다

  짐짓 등나무 넝쿨 뚫고 고을로 들어가니 故穿藤蘿入洞天

  구불구불한 길이라 소매 서로 맞닿네 逶迤行處袂相連

  바람 부는 절벽엔 가벼이 안개나고 引風絶壁輕生霧

  눈 뿜어내는 벼랑엔 멀리 개천이 걸려있네 噴雪層崖遠掛川

  영계가 사람을 허여하니 눈 앞이 확 트이고 靈界許人開眼矚

  세속의 행장에 나는 부끄러우니 티끌먼지 가져옴이네 俗裝愧我浥塵烟

  종루엔 천고토록 단청이 있으니 鍾樓千古丹靑在

  현판액자에 이름 쓴 이 누가 제일 먼저인가 懸額題名孰最先


25. 신흥사(神興寺)에 도착하여

  극락의 강은 깊고 보전은 열렸는데 極樂江深寶殿開

  남풍부는 4월에 객과 같이 온다네 南風四月客同來

  맑은 경쇠 한 소리는 조굴에 들리고 淸磬一聲通祖窟

  흰 구름은 천년 동안 선대를 호위한다네 白雲千載護仙臺

  마음이 맑은 경계 따르니 능히 도를 이루고 心從淨界能成道

  시는 이름난 구역에 이르니 각각 재주 다 발휘하네 詩到名區各盡才

  낮에 차 한잔 먹고 행장을 꾸리니 午茶纔罷因裝屐

  꽃다운 나무 짙은 그늘엔 길은 더욱 돌아났네 芳樹濃陰路轉回


26. 계조암(繼祖庵)에 올라서

  굴에다 운사께서 작은 암자 지었으니 有竇雲師結小庵

  돌 문 한 면에 바로 열린 곳이 남쪽이라네 石門一面正開南

  홀처럼 기형으로 섰으니 산은 몇 십 개나 되는가 笏立奇形山幾十

  상전은 지난 오랜 시간 동안 옮겼으나 바다는 세 번 응했네 桑移往劫海應三

  스님이 염주 돌림은 가끔 염불하는 것이고 道釋環珠時念佛

  나루의 아낙네 장막 치고서 아들 낳기 비네 津娥施幛願生思

  참된 인연은 여기에 이르면 참으로 볼만 한데 眞緣到此多眞觀

  종이에 새 시 적으니 푸른 쪽 물감으로 갈겨쓰네 翰出新詩剪碧藍


27. 하신사(下神寺)에서 밤에 읊조리다

  옛 절엔 천년동안 신성함 일어나니 古寺千年神以興

  봄 끝에 지팡이에 나막신 신고 억지로 올라보았네 春餘筇屧强臨登

  산은 속객 혐의하니 바람소리 괴롭히고 山嫌俗客風聲惱

  하늘은 노는 사람 보내니 달 빛 맑구나 天送遊人月色澄

  연 잎 향기 속에 한가롭게 앉아있는 이는 부처이고 蓮葉香中閑坐佛

  솔 꽃 깊은 곳엔 혼자 돌아오는 스님이라네 松花深處獨歸僧

  가슴에 쌓인 부생의 번뇌 다 씻어 버리니 胸襟滌盡浮生累

  누가 알까 이 공간에서 잘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을 誰識斯間理所能


28. 비선대(飛仙臺)에 올라 4월 13일

  신선이 날고 신선이 눕기를 옛날 언제부터 했는가 仙飛仙臥昔何年

  날면 비선이고 누우면 와선이라네 飛是飛仙臥臥仙

  외로운 학은 두 날개로 적벽강 지나가고 孤鶴雙翎過赤壁

  신령스런 지초 아홉 잎 단정에 빼어났네 靈芝九葉秀丹田

  붉은 이끼에 글자 무치니 사람들 느낌이 많고 頳苔字沒人多感

  은 폭포 소리 차니 손님은 잠 못 이루네 銀瀑聲寒客未眠

  새로 시 한수 지으려 길가다 앉았는데 欲寫新詩行處坐

  대 위에 흰 구름 떠가니 흥취 유연하구나 白雲臺上興悠然


29. 선대(仙臺)에서 돌아오는 길에서

  선대의 거리 십리이나 숭조3) 동안의 거리도 못 되는데 仙臺十里不崇朝

  많이 팔아 주었더니 돌아올 때도 부름 당하네 饒賞歸時返見招

  술 좋아하여 잠시 산 아래 주점에서 기울이고 好酒俄傾山下店

  기이한 암석을 다시 절 앞 다리에서 가리키네 奇巖更指寺前橋

  숲 꾀꼬리 손님 보내는 소리 도리어 껄끄럽고 林鶯送客聲還澁

  보리밭의 제비는 사람만나 이야기함이 교만하구나 麥鷰逢人語欲驕

  그윽하게 생각하니 정자와 이별은 다른 날 일인데 暗想離亭他日事

  한번 채찍드니 버들 주며 멀리멀리 가는구나 一鞭贈柳去遙遙

3) 숭조(崇朝) : 새벽부터 조반을 먹을 때까지의 동안. 아침.


30. 7월 1일, 가을 학무대(鶴舞臺)에 올라

  누대는 물에 가깝고 가을되어 시원하데 近水樓臺爽欲秋

  더욱이 계절의 기운은 화성이 흐르네 矧玆氣序火星流

  문장 지어 읊조리니 매미 나무에서 울고 文章吟賦蟬鳴樹

  처사가 호수에서 노니 학 배에 알려주네 處士遊湖鶴報舟

  바위에 꽃 붉은 잎 떨어뜨리는 것이 웃음 머금은 듯하고 巖花紅拂猶含笑

  강가 풀 푸르니 어찌 수심 일으키랴 江草靑生豈喚愁

  머뭇거리며 지난 일 생각해 보니 緬憶徜徉前日事

  풍광이 완연히 옥담 가에 있구나 風光完在玉潭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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